무당들이 점집을 정하는 중심적인 기준은 '신빨' 잘 받는 곳이다. 은평구 일대가 이런 곳이다. 북한산, 북악산, 백련산 등 '영험한' 산이 많고 무속인을 배척하는 분위기도 덜하다. 25세에 신내림을 취득했다는 한 무당(31)은 "신당 차리려고 터가 좋고 인근에 산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는데, 은평구가 딱 맞았다. 무당골이 있었던 동네라서 연령대 드신 임대인들은 집을 신당으로 잘 내어준다"고 이야기했었다.
전통시장이 가까이 있는 것도 무당들이 은평구를 선호하는 이유다. 연신내역 근처에서 만난 무당은 "무속인들은 떡, 나물, 과일이 아무리 비싸도 사야 완료한다"며 "떡도 1만~80만 원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무당들이 인근 떡집을 먹여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은평구 일대에는 대조시장과 연서시장, 응암시장 등 전통시장이 있다.
전통시장에서 무당들은 귀한 고객이다. 청량리 경동시장 인근에서 무속용품매매점(만물상)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무속 의례는 쉽사리 종교 행위를 넘어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며 "무당들이 의례를 진행할 경우 필요한 음식, 의상, 용품 등을 예비하면서 다양한 업종이 다같이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이야기했다. 무속 신앙이 전통시장 활성화와 무관치 않습니다는 의미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마포구 서교동(홍익대 근처) 일대에도 점집이 몰려 있다. 특히 청년층에 익숙한 '사주타로' 가게가 많았는데,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행인도 간편히 들어올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사주타로 카페에선 키오스크로 필요하는 점술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신내림을 받은 지 5년 됐다는 한 무당(30)은 "사람들이 커플 궁합 등 타로나 사주를 보러 많이 와서 신점도 같이 봐주고 있습니다"며 "무속인도 급변하는 배경에 적응할 니즈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자금은 간단 신점 3만 원, 심층 신점 8만 원으로 젊은층을 겨냥한 만큼 저렴하다고 주장하였다.
염은영 점복문화연구소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현대사회에서 점복은 심리적 진정과 문제 극복 수단으로 작동하기도 한다"며 "점복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서울점집 사회 반응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